신철호 OGQ 대표
옥탑방 지나는 산바람에도 행복한 네 삶이면 좋겠어. 세상을 바꿀 플랫폼을 만든다는 너의 목표는 매력적이나, 여러 순간 너를 좌절하게 할 거야. ‘이게 끝일까. 나는 여기까지 일까.’ 스스로를 의심할 때, 아빠의 편지를 꼭 읽어 주면 좋겠다.
돌이키면 삶의 끝맺음이 곧 새로운 시작이 됐다. 수면제 두 움큼, 가득 입에 넣고 운전석 젖힌 채 팔 베개하고 누워 지하 주차장 천장을 바라봄은 삶의 2막이었다. 그때조차 운좋게 깨어난 결과, 되려 살겠다는 의지가 남았다. 언제라도 위기가 오는 현실을 직시하고, 죽음보다는 미약 할테니 고통을 견디겠다는 다짐. 곧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선택권은 여전히 내게 있더라. 아직 살아 있다는 의미였다. 생의 시작과 끝은 의지가 아니었지만, 중간 생명줄을 잡고 놓는 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다. 살아 남겠다는 의지를 끌어 올릴 때, 아빠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해가 뜨면 선명했지만 의지는 금방 희미해졌다. 거울 속의 초라한 나를 바라 볼 때, 채권자의 빚 독촉 전화가 연신 울릴 때 내 그림자는 한층 더 검었다. 의지는 오롯이 독립적이지 않았다. 신앙을 가진 자의 버팀목이 절대자 이듯, 내 삶에서 뭘 할 것인지를 아는 것, 왜 살아 남을 것인가, 그것이 미션으로 마음에 들어올 때, 나는 비로소 똑바로 일어설 수 있음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미션 기반으로 삶의 여러 부분을 재정비했다. 누구를 만나나. 어디에 시간을 쓰는가. 돈은 왜 버나. 산소에 의존해 등반하는 위험성은 바로 산소에 의존하는 그 자체이다. 산소가 떨어지는 즉시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비상용 산소가 아니라 내 삶의 본질, 미션에 의존한 의지를 키워야 했다.
미션 기반으로 집중하는 하루의 삶은 견고했다. 시험 들게 하는 90%는 자율방어가 동작했다. 문제는 나머지였다. 끊임 없이 흔들리더라. 유일한 해결책은 나에 대한 믿음에서 나왔다. 매일 아침 차에 올라 10초의 선물을 나에게 준다. 바빠도 지킨다. ‘잘 될거야. 잘 할 거야.’ 세상의 야속함은 타인에게 무한한 관대를 베풀다가 붙잡은 손을 쉽게 놓아 버리기도 하는 변덕이다. 눈을 감고 자신에게 건네는 칭찬은 오로지 너만이 변수이다. 엄마의 한결 사랑처럼 너를 안아 줄 수 있을 거야. 내가 나를 품을 때, 날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모순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내가 나를 믿을 때, 그 믿음에 부응하는 더 큰 믿음이 다가오더라.
사람. 시간. 돈. 3가지의 가치는 긴 안목으로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써야 했다. 가치 있는 생존은 그때 왔다. 매일 이루는 작은 성공은 삶을 미션으로 채우되, 장기적 관점에서 3가지를 대할 때 더 자주, 더 깊게 왔다. 나를 둘러 싼 사람 중 누가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가. 매일 저녁 술자리를 함께 하는 모임에서 만난 인연일까. 나와 사랑하는 사람 및 미션을 위한 시간을 루틴에 두지 않고, 돈의 기회나 유혹에 수시로 변경하는 시간 결정은 늘 나의 안정을 깨뜨렸다. 너와 함께 캐나다에서 연주를 하고, 길을 거닐고 나면 아빠의 생존 의지는 더 굳건해 졌다. 사람과 시간, 돈의 우선 순위를 새롭게 갖는 것이 내게는 참 중요했다.
의지, 미션, 믿음, 장기적 가치로 다져진 나와 팀은 평범하지 않아야 했다. 믿고, 팀을 신뢰한 이상 각자의 생각과 색깔이 드러나야 했다. 르누아르가 빛의 효과를 표현하는 것을 이해하고, 더 이상 그림자를 표현하는 데에 검은색을 쓰지 않았듯, 검은색을 장례가 아닌 일상의 옷으로 바꾸는 코코 샤넬만의 생각이 있었듯. 나와 팀을 믿었다면 그 강렬함을 나타내도록 해야 했다. 르누아르의 인상주의 시기가 그림자를 검은색으로 쓰지 않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처럼, 아빠와 팀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더 주체적이어야 했다. 세상은 우리의 존재를 그때서야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였다.
아빠 삶의 끝이 내일이라면,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가치 있는 생존, 충만한 삶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매번 성공할 수 없지만 매번 실패도 어렵다. 모든 의미 있는 일은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나와 팀의 의지가 함께 하면 삶의 걸작을 만들 기회가 올 것을 행운으로 생존한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다.
너의 삶에도 그런 행운이 함께 하기를 언제나 바랄게.